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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밤이었다.

늦은 시간에 오는 비라 그런지 봄비라고 하기엔 왠지 어울리지 않을 성싶은, 청승맞게까지 느껴지는 그런 비였다.

여옥은 힘겹게 가래침을 돋우어내 바닥에 패대기를 치듯뱉어낸 후, 앞치마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끄집어냈다.

몇 년전부터 목에 가래가 심해졌건만, 습관적으로 담뱃갑에 가는손을 그녀는 도저히 제어할 수 없었다.

‘씨발, 앓아 누워도 들여다봐 줄 사람 하나 없는 년이 몸이라도 아프지 말아야 할 텐데…’낮은 기압으로 인해 담배연기는 허공으로 퍼지지 못한 채알전구 주위를 감쌌고, 조금 벌어진 포장 틈으로 소리 없이긋고 있는 무수한 사선이 언뜻 보였다.

여옥은 나무기둥 위에 아무렇게나 걸어온 시계를 쳐다보며입맛을 쩝쩝 다셨다.

바늘은 막 9시를 지나고 있었다.

이제슬슬 손님이 들 시간이다.

‘비는 구질구질하게 오고, 금요일이고… 제길, 오늘은 매상좀 오르려나…?”

필터까지 타들어간 꽁초를 바닥에 떨어뜨려 신발로 비벼끈 여옥이 다시 한번 가래침을 돋우어 뱉으려고 하는데 누군가 포장을 들추고 들어왔다.

첫손님…? 언뜻 보니 젊은 아가씨인 것 같았다.

여옥은 목구멍에서 올라온 가래를 일단 입에 머금고, 엉겁결에 까닥하며 고갯짓을 했다.

이를테면 포장마차에 어울리는그런 인사였는데, 순간 그녀는 그런 인사나마 한 것을 후회하게 되었다.

마수걸이 손님치곤 그 행색이나 표정 등이 영 아니올시다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여옥이 첫 손님으로 여자가 오거나,아니면 안경 쓴 사람이 오면 어쩐다는 따위의 미신을 믿는것은 아니지만, 이런 장사를 하다보니 일종의 예감 같은 것은생겼다.

짧게 커트한 노랑머리, 요란한 얼굴 화장, 배꼽을 훤히 내놓은 티셔츠에 너덜더덜한 청바지까지… 남자로 말할 것 같으면 한마디로 양아치 같은 타입이었다.

게다가 어디서 말다툼이라도 하고 왔는지 얼굴은 있는 대로 찌푸리고 있었다.

“에이 씨팔! 아줌마, 소주 한 병 줘봐요!”

들어서자마자 내뱉는 여자의 말에 여옥의 한쪽 눈썹이 찡그려졌다.

마땅치도 않는 마수걸이 손님 입에서 대뜸 씨팔,소리가 나왔으니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뭘 꼬나보고 있어요. 술 한 병 달라니까!”

그러나 노랑머리 아가씨는 여옥의 기분 따위는 신경쓸 것도 없다는 듯 결기까지 세우며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들었다.

이제 꽤나 세월이 흘렀다고 생각하는 여옥이었지만, 이러한경우를 당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게 된다.

특히 포장마차를 하면서부터는 자신의 그런 부분이 많이 사라졌으리라 생각했지만 가끔씩 이렇게 비위를 상하게 되는경우가 있었다.

여옥은 따라서 담배 한 대를 물며 인상을 찌푸렸다.

성질같아서는 한 대 쥐어박은 다음 내쫓고 싶었지만, 기분대로 살수는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오늘은 비오는 금요일 아닌가?마수걸이는 시원찮아도 제법 장사가 잘 되는 날도 있었다.

“안주는?”

자신을 노려보고 있을 아가씨한테는 일부러 시선도 주지않고 여옥은 퉁명스레 물었다.

“아무거나 줘요!”

“아무거나는 없어! 그 앞에 진열장보고 골라 봐!”

아무거나 달라는 말에 또다시 비위가 상한 여옥이 기본 안주로 나갈 오이를 칼로 내리치며 살벌하게 내뱉았다.

“이 아줌마가 혓바닥 반쪽은 어따 팔아먹었나!”

순간 안주진열장을 사이에 두고 두 여자의 시선이 맞부딪쳤다.

“씨팔!”

잠깐의 대치상태에서 먼저 포문을 연 것은 노랑머리 아가씨였다.

단단히 화가 나있었는지 상황에 어울리지도 않게 이빨까지 갈아대고 있었다.

“야, 이년아! 어따 대고 씨팔이야!”

여옥이 오이를 썰고 있던 칼을 도마 위에 내동댕이치듯 내려놓으며 노랑머리 아가씨를 사납게 쳐다보았다.

참았던 화가폭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말 욕이 한 마디라도 더 나오면당장이라도 달려가 한 대 후려칠 기세였다.

“씨팔, 오늘 정말 끝까지 재수 좆나 없네.”

여옥의 기세에 밀려서인지, 아니면 상대할 가치도 없다고생각하는 것인지 노랑머리 아가씨는 눈길을 돌리며 혼잣말하듯이 말을 씹어뱉었는데 여옥의 귀에 그 말이 안 들릴 리가 없었다.

“너 지금 뭐라고 그랬어, 이년아!”

“이 아줌마가 정말… 계속 이년 저년 할거야!”

노랑머리 아가씨도 화가 치미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삿대질을 했다.

“이런 싸가지 없는 년이 어디 와서 행패야!”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어느새 노랑머리 쪽으로 걸어간 여옥은 여차하면 노랑머리의 머리채를 휘어잡기 위해 주먹 쥔손을 움찔거렸다.

어차피 상황은 틀어졌다.

마수걸이부터 이 모양이니 오늘장사는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여옥은 그렇다면 마음속에 쌓인 울분이나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씨팔년!”

그러나 노랑머리의 머리채를 잡기 위해 손을 들어올렸던여옥은 주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포장이 들춰지며 난데없는 욕설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여옥과 노랑머리는 동시에 입구 쪽으로 얼굴을 돌렸고, 그곳엔 험악하게 생긴 남자 두 명이 서있었다.

“내가 빨리 꺼지라 그랬지 이 년아. 근데 아직까지도 여기서 얼쩡거리고 있어.”

두 사내를 발견하고 순간 얼굴색이 변했던 노랑머리는 금방 원래 색깔을 찾고는 앙칼지게 쏘아붙였다.

“웃기고 있어. 내 돈 내고 술도 못 먹냐?”

“어쭈… 이게 아주 뒤질려고 빽을 쓰고 있네…”

사내 둘이 노랑머리를 앞뒤로 둘러쌌다.

체격들이 워낙 커서 두 사내만으로도 포장마차 안이 꽉 차는 것 같았다.

검은색 일습의 정장, 짧은 머리, 험악한 인상… 이 거리에서 심심찮게 마주칠 수 있는 소위 조폭들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노랑머리 역시 사내들에게 위압감을 느꼈는지 어깨를 약간움츠렸다.

“아줌씨, 혹시 이 년한테 술 팔았어?”

한 사내가 여옥에게 날카롭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잘 봐줘야 스물 다섯도 안 되어 보이는 녀석이 대뜸 반말이다.

하지만 여옥 역시 순간적으로 위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고,엉겁결에 고개만 가로젓고 말았다.

“잘했어. 안 그랬으면 오늘 이 가게 엎어 버릴라고 그랬지.”

처음에 여옥에게 물었던 녀석이 눈알을 디룩거리며 마치손아랫사람을 칭찬하듯 건방을 떨었다.

그리고 엉겁결에 당한일에 기가 막혀진 여옥이 한마디 하려고 막 입을 떼려는 찰나 노랑머리 입에서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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