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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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따스하게 드는 창문 가의 침대, 이불도 덮지 않은 나체의 창석과 벌거벗은 혜진이 마주 누워 서로의 눈을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있고, 창석은 부드러운 혜진의 살결을 손가락의 모든 감각을 일깨워 사랑스럽게 만지고 있었다.

혜진의 맑은 눈, 오뚝한 코, 부드러운 입술을 지나쳐 목선으로 따라 내려다가 이내 불쑥 솟아오른 쇄골에서 잠시 머물렀다. 통통하지도 너무 마르지도 않은, 보통보다는 조금 마른 체형의 혜진은 매력적인 쇄골을 가지고 있었다.

창석은 그게 혜진의 가장 매력적인 요소라고 생각했다. 쇄골에서 잠시 머뭇거리던 창석의 손은 조금 더 아내로 내려가 봉긋 솟아오른 부드러운 살…… 그녀의 가슴 위로 얹혀졌다.

혜진

“하아…….”

혜진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창석

“어때?”

혜진

“이, 이상해요…….”

혜진은 그 기분을 무어라 설명해야 할지 몰라 했다.

혜진

“찌릿찌릿하면서도 간지러워요.”

혜진의 몸이 살짝 빳빳해졌다. 처음 관계를 하는 여자들의 전형적인 반응이었다.

창석

“괜찮아 그냥 느껴.”

창석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혜진의 귀에 속삭였다. 창석의 말에 혜진은 몸에 힘을 조금 풀었고, 그녀의 몸은 벌써 뜨겁게 달아올라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말랑하고 부드러운 그곳을 지나 아찔한 곡선을 그리는 허리 쪽으로 창석의 손이 조금 더 내려갔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마침내 창석이 기다리던, 아니 창석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그곳에 닿을 것이었다.

‘빠바밤~ 빰바밤!!’

창석은 한 손으로 핸드폰 알람을 끄며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꿈이었다. 또 꿈을 꾸었다. 이런 젠장맞을 꿈을 또! 하.

창석은 마른세수를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 아래가 봉긋 솟아올라 있었다. 가끔 자신의 그것이 꽤 필요 없고, 피곤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특히나 이럴 땐 더더욱.

말끔하게 샤워를 하고 나온 창석은 보육원으로 향했다. 일주일에 두 번 토요일과 일요일이면 매번 찾는 그곳.

***

혜진

“선생님!”

창석

“혜진아. 다시 해 볼까? 여기 7에다가 8을 더하면 얼마라구?”

혜진

“십칠?!”

창석은 조금 답답한 듯, 한쪽 머리를 쓸어 올리며 책상 위에 팔꿈치를 두었다. 혜진과 창석 사이에 놓인 책상 그리고 그 위에 활짝 펼쳐진 교재는 두 사람의 사이를 짐작게 해 주었다.

밖은 어느덧 가을 낙엽들이 둥글게 떨어지며 추워지는 겨울 대비를 하라고 종일을 그렇게 서서 온몸으로 알리고 있었다.

창석

“십칠……? 자 여기에 숫자를 적어 봐.”

혜진은 진지한 눈빛으로 7과 8이라는 숫자를 열심히 종이 위에 받아 적었다. 혜진의 반짝이는 그 영롱한 눈빛을 창석은 참으로 귀여워했다.

작년 봄으로부터 벌써 일 년 하고도 구 개월이 더 지났다. 아주 미세한 진척은 보였으나 그 나이 또래 수준을 따라가려면 아직 한참은 더 공부해야 했다.

생각이나 행동이 어린 것은 아니었지만, 또래 아이들이 배우는 것을 뒤늦게 배운 탓에 조금 어려워하기는 했다. 물론 빠른 습득력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혜진은 종이 위에 숫자를 쓰다 말고 창석을 보더니 이내 다시 펜을 들어 무언가를 열심히 적어 창석 앞으로 내밀었다.

‘좋아해요.’

풀썩. 그리고 혜진은 그것을 본 창석이 미처 다른 말을 하기도 전에 그의 품으로 와락 달려들었다. 그래도 곧 있으면 어엿한 성인이 될 19 소녀였다. 2차 성징이 모두 끝난 소녀의 급작스러운 포옹에 창석은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창석

“선생님도 혜진이 좋아해.”

창석은 어색한 듯 두어 번 혜진의 등을 토닥여 준 뒤 그녀에게서 떨어지며 조금 뒤로 물러났다. 봉사활동을 다니다 보면 종종 이런 경우가 있곤 했다.

그럴 때 어떻게 해야 상대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거절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을지가 항상 고민스러운 창석이었다.

혜진

“그럼 결혼해요. 나랑.”

그 말을 하는 혜진의 입술을 보며 창석은 저도 모르게 키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 사이에 알 수 없는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그래선 안 된다.

창석

“결혼?”

혜진

“네 결혼이요.”

창석은 이제 성인이 되면 이곳에서 나가야 하는 혜진이 걱정스러웠다. 물론 국가에서 얼마간의 독립자금을 대 준다지만 무언가에 고작 5분도 집중하기 어려워하는 아이가 세상에 나가서 다칠 것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섰다.

혜진

“약속해요. 꼭 나랑 결혼하겠다고.”

그 말을 하며 혜진은 진지한 눈으로 창석을 응시했다. 그러나 정에 이끌려 거짓 약속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창석이 망설이는 동안 혜진은 빛나는 눈을 더욱 반짝이며 창석을 보았고, 창석은 대답 대신 창틈으로 몰래 들어온 햇살을 싱그럽게 퉁겨내고 있는 혜진의 갈색빛 머리칼을 오른손을 들어 헝클었다.

창석

“으이그!!”

혜진

“피.”

혜진은 서운한 듯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창석

“그거는 이담에 혜진이가 좀 더 크면! 그때 가서 생각해보자.”

혜진

“얼마나 더 커야 하는 거죠? 이제 저도 곧 성인인데.”

그리고는 바닥에 대자로 누워버리는 혜진이었다. 어릴 적엔 그렇지 않았는데 이제 바닥에 드러누우면 제법 봉긋한 가슴이 올라왔다.

창석은 아침의 꿈을 떠올리며 꿈에서처럼 다시 한 번 그녀를 안고 싶다는 마음을 애써 눌러야 했다.

창석

“피곤해?”

피곤하다는 말도 쓸 줄 알게 된 혜진이 한 편으론 대견하면서도 반쯤 감긴 눈으로 풀썩 몸을 쓰러트린 혜진을 보며 걱정이 되기도 했다.

혜진

“아뇨. 나 배고파요.”

그러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창석을 본 혜진은 무언가에 대한 간절함이 담긴 눈을 하고 있었다.

장화 신은 고양이를 닮은 그 촉촉한 눈으로 창석을 보는 혜진을 보면 그것이 무엇이든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려야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을 잘 아는 혜진은 역시나 어떤 부탁이 있을 때면 그런 눈으로 창석을 보곤 했다.

창석

“으휴!! 알겠다. 가서 선생님께 말해 볼게. 혜진이 공부 열심히! 하는데 맛있는 거 좀 달라고.”

창석은 그 ‘열심히’라는 말에 유독 힘을 주어 말했다. 제발 열심히 했으면 하는 간절한 소망을 담아서 말이다.

혜진

“난 딸기!!!”

창석

“그래! 알겠어!! 딸기!!”

혜진

“이건 선물! 쪽! 쪽! 쪽!”

창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혜진은 나가려는 창석의 팔을 잡고 그의 볼에 뽀뽀 세례를 퍼부었다. 그 촉촉하고 말캉한 느낌에 창석의 볼은 이내 붉은 빛으로 물들었고,

혜진

“어? 얼굴 붉어진 거 봐. 이건 무슨 의미죠?”

창석

“혜진아! 이런 장난은 치는 거 아니야.”

평소 그렇지 않았던 창석은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혜진의 두 팔을 잡고 엄하게 혼을 냈다. 날카로운 창석의 눈빛에 혜진은 두려움을 느꼈다.

혜진이 성인이 되었다. 그 사실은 창석을 설레게 하고 있었다.

혜진

“아아. 아파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려 낼 듯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 혜진의 커다란 눈을 본 창석은 그만 또 마음이 약해져 버렸다. 하지만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었다. 더구나 선생님과 제자로 만난 이 사이에서는.

창석

“말 안 해도 알지. 왜 그러는진.”

혜진은 말없이 입만 비죽 내민 채 고개를 끄덕였다. 창석 앞에서는 왠지 그저 어린아이가 되고 마는 혜진. 그게 좋은 줄로만 알았다. 그럼 다 받아 주는 선생님이었으니까.

그럼 이렇게 혜진이가 아무 남자한테나 뽀뽀하고 그러면 안 돼. 그건 좋아하는 사람한테 하는 거야.

혜진

“알아요. 저도. 어린애 아니거든요. 유치원생도 해요 쌤 그런 건.”

혜진이는 창석의 말에 상처받은 듯 문을 박차고 뛰쳐나갔다. 혜진이 사라진 자리엔 햇빛을 받은 먼지들만 나풀거리고 있었다.

창석

“후.”

지영

“죄송해요. 혜진이가 실수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창석

“아닙니다. 이해해요. 그냥 걱정돼서요.”

혜진이 엄마라고 부르는, 몇몇 아이들의 엄마이기도 한 보육원의 선생님인 지영은 연신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는 말을 했다.

지영

“이해해주셔서 감사해요.”

지영의 앞치마엔 갓난아이에게 젖병을 물리다 흘린 우유 자국이 길게 늘어져 있었고 이유식과 크레파스 등이 이곳저곳에 여지없이 묻어있었다. 그녀의 삶은 그녀의 모습에 흔적을 남겼다. 아름다운 흔적이었다.

혜진은 지영의 뒤에 숨어 괜히 손을 만지작거리며 창석을 보고 있었다.

창석

“꼬맹아. 선생님이 미안. 아까는 조금 당황했어.”

혜진은 이번에는 아예 창석 쪽에서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러나 여전히 그녀의 발끝은 창석 쪽을 향해 있었다.

화가 났다. 왜 자신은 안 되는지. 보육원이 문제인지 자신의 상처가 문제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의 눈빛으로 짐작할 뿐이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창석은 혜진을 두려워하며 밀어내고 있었다.

창석은 손을 들어 혜진의 마음을 알겠다는 듯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같은 또래의 아이들보다도 십 센티는 더 작은 키를 가진 아이. 창석은 그 아이를 꼬맹이라 부르곤 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서질 않았지만, 지금 그냥 보내면 어쩌면 다음번에 선생님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이곳은 봉사활동은 왔다 가도 그렇게 떠나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니까.

혜진

“저도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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