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탕한 가족
본문
"반찬이 이게 뭐야? 엄마, 국 좀 없어?"
아침 밥상 때부터 건태는, 시금치와 콩나물 무침을 젓가락으로 다 헤집어 놓으며 짜증을 냈다.
"누가 아침부터 비린내나는 생선을 먹는다고, 고등어를 이렇게 다섯 마리나 구웠어?"
건태의 누나인 상하도 젓가락으로 고등어의 눈을 콕콕 찔러대며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할아버지도 아무 불평 안 하시고 잘만 드시는데, 다 큰 것들이 아침부터 반찬 투정이나 하고…??"
밥에 물을 말아서 숟가락으로 훌훌 떠먹던 장 부장은 보다 못해서 건태와 상하에게 한마디를 했다. 아버지인 장 부장에게 한 소리를 들어서 기분이 상해있는 아이들의 얼굴을 쳐다보던 최 여사는 그때서야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건태와 상하를 다독거리며 궁색한 변명을 했다.
"미안해. 엄마가 요즘 너무 바빠서 그래. 내일 아침에는 꼭 끓여 놓을 테니까, 빨리 밥들 먹어"
"난 됐으니까, 이따가 라면이나 하나 끓여 줘"
건태는 젓가락을 신경질적으로 밥상 위에 던지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러자 최 여사는 무척 무안했는지 부드럽던 표정이 일순간에 험상궂게 변해 버렸다.
"넌 손이 없어, 발이 없어? 먹고 싶으면, 니가 끓여 먹어. 이 새끼야!"
최 여사는 건태의 방을 향해서 소리를 버럭 지르고는 가쁜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그러자 옆에서 젓가락만 빨고 있던 상하는 괜히 불똥이 자신에게 튈까봐 얼른 숟가락을 들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별 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화를 낸 최 여사는, 흥분이 좀 가라앉자 공연히 미안한 생각이 들어서, 장 영감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다른 때 같으면 "예(禮)"가 어떻고, "효(孝)"가 어떻다느니 하면서,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얘기로 가족들에게 훈계를 했을 장 영감이 오늘은, 말 한마디 없이 멍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계속 응시하고 있었다.
최 여사는 장 영감의 그런 이상한 모습에 걱정이 되어서 장 영감이 계속 응시하고 있는 곳을 쳐다보았다. 그러다 그만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장 영감이 지금 넋나간 사람처럼 계속 쳐다보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딸 상하의 가랑이 사이였던 것이다. 상하는 자신의 치마 사이로 팬티가 훤히 들여다보인다는 사실을 모르는지 태연하게 밥을 먹고 있었다.
최 여사는 장 영감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고 나서 다시 상하의 가랑이 사이를 쳐다보았다. 지금 상하의 가랑이 사이는 엄마에다가 여자인 자기도 봐도 민망할 정도로 망측한 모습을 그대로 보이고 있었다.
상하는 속옷인지 손수건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아주 조그만 팬티를 입고 있었는데, 그 팬티 양옆으로 거무스름한 체모들이 잡초처럼 마구 삐져 나와 있었던 것이다.
최 여사는 이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몰라서 안절부절못하다가 상하의 귀에 대고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이것아, 다리 좀 오므리고 먹어"
상하는, 장 영감이 자신의 가랑이 사이를 훔쳐보고 있다는 걸 아직까지도 눈치 채지 못했는지 최 여사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뭐?"
"다리 좀 오므리라고"
"왜?"
"아, 글쎄 빨리!"
최 여사는 참으로 당혹스럽기 그지없었다. 상하에게 주의를 주다가 장 영감이 눈치라도 채면, 그래도 명색이 시아버님인 장 영감이 얼마나 민망해 할 것인가? 그렇다고 시아버지가 손녀 딸 가랑이 사이를 훔쳐보고 있는 걸, 모른 체 할 수도 없고 말이다.
"됐어. 지금 이게 편해"
최 여사는 상하의 가랑이 사이를 쳐다보고 있다가 자기도 모르게 그만 비명을 내지를 뻔했다. 상하가 짜증스럽게 대꾸를 하면서 다리를 더 벌리고 앉았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상하의 가랑이 사이는 더욱 적나라하게 보이고 있었다.
비명을 내지를 뻔한 것은 장 영감도 마찬가지였다. 상하가 다리를 벌리면서 뽀송뽀송하게 솟아오른 팬티의 중앙 부분이 살짝 실룩거리더니 그 양옆으로 새까만 체모들이 서로 앞 다투어 고개를 내밀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눈앞에서 벌어진 그런 노골적인 장면 때문에, 하마터면 장 영감은 "꽥" 소리 한 마디 못한 채 숨이 막혀서, 그대로 허무하게 죽을 뻔했다.
그렇게 말귀를 못 알아먹는 상하 때문에 최 여사는 가슴이 답답해서 미칠 것만 같았다.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이 이래서 있는 걸까? 상하는 눈치 없고, 둔해 빠진 자기 아버지를 빼닮아서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장 부장 또한, 밥상머리에서 신문을 들여다보는데 정신이 온통 팔려 있었다.
"이것아, 속살이 훤히 다 보이잖아"
최 여사는 참다 참다 못해 상하의 허벅지를 젓가락으로 쿡, 쿡 찔러대며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뭐 어때?"
"할아버지가 다 보고 계시니까 그렇지"
그때서야 상하는 말귀를 알아들었는지 다소 놀란 표정으로 최 여사를 빤히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상하의 입에서는 차마 믿어지지 않는 말이 불쑥 튀어나왔다.
"날 쳐다보는 게 아니라, 엄마를 쳐다보는데?"
최 여사는 상하가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몰라서 장 영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닌게 아니라, 장 영감은 정말로 상하가 아닌, 최 여사의 가랑이 사이를 뚫어지게 들여다보고 있었다.
최 여사는 순간, 둔기로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침에 샤워를 하고 나서, 팬티를 갈아입으려다가 그만 깜빡하고 안 입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것도 모르고 치마를 입은 데다가, 딸자식 속살 보이는 걸 감춰주는 데만 정신이 팔려서 자기 다리를 쫙, 쫙 벌리고 앉았으니 그야말로, 시아버님 앞에서 "볼 것 다 보여준" 꼴이 되고 만 셈이었다.
최 여사는 너무나 민망하고 낯부끄러워서 안절부절못하고있었다. 그때였다. 장 영감이 천천히 밥숟가락을 들면서 최 여사에게 지나가는 말처럼 한 마디 했다.
"에미야, 오늘 날씨 차다니까, 옷 두둑하게 입고 나가거라."
"네? 아, 네… 아버님"
상하는 숨소리를 죽여가면서 키득키득 웃고 있다가, 끝내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웃어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영문을 모르는 장 부장은 의아한 표정으로 상하를 쳐다보았고 반면에, 장 영감과 최 여사는 마치, 새 신랑과 새 색시처럼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죄 없는 고등어만 젓가락으로 푹 푹 찔러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