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박한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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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거 봐!”

“응?”

평범한 도시의 아파트, ‘서준’이라는 남성의 명의로 된 한 가구에서 ‘성진’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스스로 그린 그림을 보여주며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어머, 스파이잖아?”

성진은 아까 전, 바닥에 누워 자신이 좋아하는 추리 만화에서 나온 주인공 캐릭터, ‘스파이’를 그렸었다.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정의의 주인공인 스파이를 호기롭게 그렸었지만, 그가 완성한 뒤 자신의 어머니인 ‘지혜’에게 내민 스케치북에는 본 모델이 누구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머리만 커다란 괴상하기 짝이 없는 그림이 완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기 아들이 평소 어떤 색깔 조합으로 어떤 것을 목표로 그리는지 오랜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고, 이상한 그림 속에 채색되어 있는 색깔만으로 그녀의 아들이 무엇을 그리려고 했는지 맞추었다.

“잘 그렸네.”

“이히히~”

성진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칭찬받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기쁜 듯, 히죽 웃으며 다시 짧은 다리로 우다다 거실로 뛰어가 자리에 누웠다.

그는 자신의 그림을 어머니에게 자랑하러 가기 전까지, 그림을 함께 그리고 있던 여동생인 ‘수정’의 옆에 다시 누웠다.

그리고 성진은 자신의 여동생인 수정과 사이좋게 엎드려 누운 채, 스케치북의 다음 장에 또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

항상 떠들썩하며 시끄러운 집안이었지만, 아이들이 이런 식으로 그림을 그리며 놀고 있을 때면 집안이 비어있는 듯 고요해졌다.

“사이좋게 잘 노네.”

“그러게...”

휴일이기에 점심때가 다가와서야 일어난, 지혜의 남편인 서준이 기지개를 켜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감시하는 거야?”

“저번에 애들이, 스케치북에 낙서하다가는 갑자기 벽에다 그림을 그렸었잖아.”

“... 그랬었지.”

지혜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또 그럴까 싶어서 확실하게 잘 지켜보려구.”

서준은 방금 전 지혜가 아들인 성진에게 했던 말을 통해 그들이 그리고 있는 그림이 무엇인지 유추할 수 있었고, 자신의 아이들이 거실에 누워 사이좋게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

“쟤들 저 추리 만화 정말 좋아하네.”

서준의 말을 들은 지혜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만화 보면 내용이 가관이야.”

“왜?”

아이들과 만화를 잘 보지 않는 서준이 지혜에게 질문했고, 그의 질문에 아내는 싱긋 웃으며 답해주었다.

“추리 내용도 억지가 많고, 뜬금없는 전개도 많은 데다가 탐정 역할인 주인공 이름이 스파이야.”

“뭐... 애들 보라고 만든 만화니까.”

그녀의 이야기를 듣던 서준은 문득 떠오른 이야기를 아내에게 들려주었다.

“... 그 주인공 이름대로 정말 스파이인 거 아냐?”

“그러면 우리 애들, 지금 주인공을 정말 좋아하는데... 충격 엄청 먹을걸?”

어느덧 둘의 대화가 끊겼고, 그들은 식탁에 앉아 자신들의 귀여운 아이들이 얌전하게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러던 중 지혜는 살며시 고개를 돌려, 아이를 눈에 담고 있는 그녀의 남편 얼굴을 빤히 바라보기 시작했고, 천천히 자신의 손을 그의 허벅지에 가져다 대기 시작했다.

“응?”

서준은 그녀가 무언가 말을 꺼내려 자신을 만진 것으로 생각하였지만, 이내 그녀의 손길이 그의 허벅지 속으로 들어가 그의 성기가 있는 곳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며, 아내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눈치챈 듯 말했다.

“... 지금?”

그의 당황한 듯한 말투를 들으며 지혜는 피식 웃고 대답했다.

“아니~ 애들도 안 자는데 무슨...”

“그럼...”

“오늘 밤에 애들 다 자고 나면... 알았지?”

“... 그럴까?”

서준과 지혜는 신혼 초기에는 서로의 몸을 많이 섞었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시간적 여유가 없어지며, 힘이 부치기 시작하자 자연스레 둘의 성교 횟수가 줄어들게 되었다.

나중에는 몇 주, 몇 달 동안 서로의 몸을 보지도 못한 채 잠들어 버리는 경우가 많아졌었다.

첫째인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나름 육체적 피로가 줄어든 듯 지혜의 몸은 조금 여유로워졌고, 첫째와 세 살 차이가 나는 둘째인 딸마저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자 지혜는 조금씩 남기 시작한 체력 때문인지, 신혼 때처럼 남편의 몸을 원하기 시작했다.

둘은 이후, 한동안 즐기지 않았던 부부 생활을 최근 다시 진행하기 시작했고, 마치 그동안 서로의 몸을 탐하지 못했던 만큼 즐기려는 듯, 서준이 피곤한 날이 아니라면 거의 모든 밤을 성행위로 마무리한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둘의 행위 횟수가 늘어나버렸다.

“...”

지혜는 자신의 아이도 귀여웠지만, 그녀가 손을 뻗어 허벅지를 만지자 어찌해야 할 줄 몰라 하며 발기시켜버리고 당황하는 남편의 모습도 귀여운 듯 음흉하게 웃음 지어 보였다.

“엄마! 내 것도!”

지혜는 자신의 적극적인 행동에 당황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며 귀엽다고 웃었지만, 그런 그녀도 예상치 못한 부끄러운 상황에서 아이들이 다가오자 당황하는 모습을 숨기지 못했고, 바보 같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어, 응?”

지혜와 서준이 서로에게 집중하고 있던 순간, 이번에는 딸인 수정이가 자신의 어머니인 지혜에게 사람을 그렸다는 것만 알 수 있을 정도인, 정확히는 무엇을 그렸는지 알기도 힘든 낙서를 펼쳐 보여주었다.

“우와~ 잘 그렸네, 우리 수정이~”

수정은 어머니에게 칭찬을 받자 기쁜 듯 자신의 그림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치? 얘가 스파이고 얘는...”

그들의 딸은 자그마한 손을 꼬물거리며 그녀의 검지로 하나하나 그림을 짚어가며 자신의 어머니인 지혜에게 그림을 설명하기 시작했고, 그것을 보던 서준은 약간의 질투가 섞인 목소리로 딸에게 말을 걸었다.

“아빠도 그림 보고 싶은데, 아빠한테도 설명해 줄래?”

“음~ 알았어!”

수정은 빙그레 웃으며, 이번에는 자신의 그림을 서준의 얼굴 가까이 가져다 댄 뒤, 작은 손으로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얘가 스파이고... 얘가...”

수정은 누가 누구인지 구별도 안 되는 똑같이 생긴 그림을 하나하나 짚어주며 자신의 아버지에게 설명했고, 서준은 딸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단색에 똑같이 생긴 캐릭터를 보고는 그녀에게 잘 그렸다며 칭찬해 주었다.

“...”

지혜는, 딸이 그녀에게만 그림을 보여주자 질투하며 딸에게 관심받고 싶어 하던 서준을 보고는,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소리 높여 설명하는 딸과 그것을 웃으며 듣고 있는 남편을 바라보았다.

*

“애들은?”

“다 잠들었어.”

어떤 행동이든 즐겁다며 꺄르륵 웃으며 노는 아이들을 재운 지혜가 안방으로 들어오며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불 꺼진 방 안으로 천천히 손을 뻗어 침대에 도착했고, 그대로 이불 속으로 들어가 남편인 서준의 몸을 끌어안았다.

“...”

“...”

둘은 서로를 말없이 바라보았고, 지혜는 서준의 손을 잡고는 그녀의 엉덩이로 그의 손을 올려놓았다.

서준은 자신의 손이 지혜에 의해 그녀의 엉덩이로 올라가자 천천히 그녀의 엉덩이를 주무르기 시작했고, 지혜는 그의 가슴팍에 쏘옥 안겨 그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맡으며 고개를 살며시 들었다.

그리고는 그의 목으로 입술을 가져다 대어 쪼옥 하는 소리를 내며 그의 목을 입술로 살며시 빨았다.

그러자 서준의 목에서는 그의 침이 넘어가듯 꿀렁거리기 시작했고, 지혜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

“아, 미안해... 너무 귀여워서.”

그녀가 웃어버리자 무안한 듯 그의 손이 멈추어버렸고, 지혜는 다급하게 변명하였다.

소극적인 그이기에 지혜는 혹시나 그가 서운해하지는 않을까 걱정도 들었지만, 서준은 단지 그녀가 어째서 웃은 것인지 궁금했었던 것뿐이었기에, 그녀의 웃음을 비웃음으로 느끼거나 하지는 않았었고, 그녀가 걱정하는 그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지혜는 천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그와의 본격적인 밤이 시작되기 전, 마치 출발 신호를 보내듯 몸을 들어 그의 입술 위로 그녀의 입술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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